TC 리포트2018. 11. 22. 06:00

 

 

내가 살고 있는 이곳, 서울. 해마다 수많은 해외 스타들이 찾아와 각종 이벤트를 포함한 다양한 공연을 펼쳐 보인다. 그들은 본인이 누구인지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알아서 공연장으로 찾아온다. 물론 광고회사에서 그 수고로움을 대신하긴 하지만, 어쨌든 그들은 정해진 장소에서 그저 관객들을 맞이하면 그만이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곳, 아일랜드의 더블린. 그것도 영화 원스의 배경지로 우리에겐 너무나 잘 알려진 그래프턴 거리다. 흐르는 강물처럼, 사람들은 그저 각자의 길을 따라 흘러간다.  

 

 

 

 

그 길의 한쪽에서 통기타를 든 어떤 젊은 남자가 목소리를 풀며 기타를 튜닝하기 시작한다. 이곳은 공연장도 아니며, 길을 걷는 사람들은 그를 보기 위해 몰려든 관객도 아니다. 그런데도 그는 기타줄 하나하나 튕김과 조임, 늘림을 정성스레 반복한다. 수분 뒤, 그 남자는 사람들의 흐름을 잠시 잡아두려는 듯 한껏 목청을 높인다. 바로 원스의 글렌 핸사드처럼 말이다.

 

무심코 길을 가던 몇몇 사람들이 그의 외침에 잠시 길을 멈춘다. 그 남자는 하나둘 자기를 펼쳐 보이기 시작한다. 문화와 언어가 다른 나도 그가 연주하는 음률에 조금씩 귀를 기울여본다. 내 두 귀가 그 음악을 알아보는 것일까. 눈을 감은채로 난 지금껏 돌아보지 못한 나 자신의 깊은 속마음을 찬찬히 찾아본다.

 

바쁜 일상에 치여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일정에 끌려 다니는 삶.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이 아닌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의 내 모습에 맞추기 위해 살아가는 삶. 뒤돌아볼 사이도 없이 바쁘게만 살아왔던 내 삶에서 정작 나는 내가 어디 있는지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나는 잠시 길을 멈추고, 음악에 귀 기울이며 바쁜 삶에 그저 흘러가던 나를 발견하고 나에게 대화를 시도해본다. 이제야 있는 그대로의 내가 느껴진다. 생면부지의 아일랜드 청년이 들려주는 음악에 나는 내 자신에게 귀를 기울이며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정감 넘치면서도 쓸쓸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아일랜드의 자연과 지나가는 시간도 나에게 귀를 기울여주는 묘한 매력이 있는 이 곳 아일랜드. 이번 여름의 아일랜드는 나에게 온전한 나를 찾아준 곳으로 기억될 것이다. [서경미]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