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8. 11. 19. 06:00

 

 

출장 중 렌터카로 여행 다니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언젠간 나도 직접 운전을 하며 여행을 해보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러다 내게 배정된 여름 성수기 출장들이 끝난 후 드디어 차를 빌려 부모님과 함께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왔다.

 

단지 로망을 이루고 싶기도 했지만 이번 여행은 여러 사정 상 차가 필요했다. 우선 아버지는 몸이 불편하셨고, 일정에 대중교통이 쉽게 닿지 않는 곳들이 많았다. 처음엔 운전만 할 줄 알면 된다고 가볍게 생각했지만, 막상 해보니 신경 쓸 것들이 꽤 많았다.

 

 

 

 

우선,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마음에 차는 렌터카 회사를 고르기 어려웠다. 업체도 다양했고, 후기는 넘쳐났다. 이탈리아 여행이지만,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이었기 때문에 조금 더 믿음직한(혹은 비싼) 독일회사를 선택했다.

 

수많은 옵션 사항들도 고민거리를 보탰다. 차량을 고르고 나면 여러 질문지와 그에 따른 추가비용이 주어진다. 기어의 수동, 자동 여부부터 내비게이션, 반납장소, 추가 운전자 등. 심지어 운전자 나이에도 추가 비용이 있다. 보험은 또 얼마나 다양한지 창문, 타이어는 물론 열쇠 용 보험이 따로 있고, 사고 보상비도 천차만별이다. 차량 및 부품 도난(?)보험 등도 있다.

 

나는 전에 이탈리아 도둑은 주차해놓은 차량의 바퀴도 떼어간다는 풍문을 들은 적이 있어 모든 게 포함된 풀 커버로 보험을 들었다. 거기에 부가세까지 더하니, 애초에 생각했던 가격보다 훨씬 비쌌다.

 

차량을 인계할 때 필요한 준비물은 국제면허증, 여권, 신용카드, 한국면허증 등이다. 간혹 한국면허증이 없으면 차를 내어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

 

운전 중에도 유의할 것이 많았다. 우리나라와 달리 이탈리아 길은 로터리와 일방통행이 많았다. 간혹 헤매기라도 하면 대개 이탈리아 운전자들은 특유의 손을 모아 흔드는 제스처를 하며, 소리를 질러댔다.

 

가장 신경 써야 할 건 이탈리아 운전자도, 이탈리아어로만 되어 있는 무인 주유소도 아닌 ZTL(교통 제한구역)이었다. ZTL은 정부에서 법으로 지정한 교통 제한구역으로, 대개 구시가지 안에 설정되어 있다. 보행자의 안전과 도시오염을 줄이기 위해 일정 구역에 외부 차량 진입을 제한하는 좋은 취지의 정책인데, 만약 허가되지 않은 차량이 단속카메라에 찍히면 1회당 약 80~100유로의 벌금이 부과된다.

 

 

 

 

, 잘못 진입했다간 나오는 길에 수차례 카메라에 찍혀 벌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만약 숙소가 ZTL 내에 있다면 미리 숙소에 연락해 허가증을 받거나, 허가증이 있는 주차장(Garage)에 주차하고 경찰에 연락해 기록을 삭제해 달라고 해야 한다.

 

신경 쓸 건 많았지만, 그 이상으로 여행은 재미있었다. 아름다운 소도시 산 지미냐노, 티볼리, 알페 디 시우시, 시르미오네 등을 편하게 갈 수 있었고, 마음만 먹으면 아무데나 갈 수 있으니 여행 폭은 더 넓어졌다. 그래서 지난 여행 때 가보지 못한 이름 모를 작은 마을에 이유 없이 들어가 보기도 했다. 그리고 거기서 맛있는 이탈리아 시골밥상도 맛봤다.

 

렌터카 여행은 기차나 버스를 타고 다니는 여행과는 분명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언제 또 기회가 있다면 다시 운전대를 잡고 여행을 해봐야겠다. [이병철]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