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8. 11. 29. 06:00

 

 

부탄은 화려한 것도 아니고 우와~ 하는 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좋아! 설명할 수 없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 작년 부탄 인솔자의 얘기였다. 그리고 얼마 전 부탄을 직접 다녀오고 나서 그 특유의 분위기의 원천은 바로 부탄 사람이라는 걸 바로 알았다.

 

부탄 사람들은 참으로 순수하고 친절했다. 아니, 친절을 넘어 눈에서 난 당신을 신뢰합니다.’라는 기운이 물씬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푸나카의 치미 라캉을 방문했을 때였다. 사원은 들어갔지만 저녁 예불로 인해 건물 내부는 볼 수 없게 되었는데, 아쉬운 마음으로 떠나려는 우리 앞에 갑자기 사과가 내밀어졌다. 우리의 사정을 지켜본 동자승이 일행 한명 한명에게 사과를 주는 것이었는데,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전해주는 선물에 잔잔한 감동이 일었다.

 

 

 

 

 

한껏 마음이 따뜻해져서 마을로 내려가는 길에 또 다른 선물을 만났다.

 

작은 소녀 3명이 우리에게 말을 걸길래 구걸인지 헷갈려 자세히 들어보니 우리들을 위해 노래를 불러주겠단다. 노래가 시작되고 아이들의 청아한 목소리를 듣고 나니 의심은 사라지고, 고마운 마음이 남았다. 몸을 낮춰 아이들의 눈을 바라보니 본인들은 쌍둥이와 친구이며, 쌍둥이의 이름은 해와 달이라고 했다. 아직 영어로 아는 단어가 많지 않은지 계속 우리 일행들에게 예쁘다는 말을 반복하는 아이들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그 외에도 이방인이 어색하게 입은 전통복을 손수 고쳐주던 현지인들, 본인들이 찍힌 사진을 보여주니 활짝 웃던 학생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친절함을 보여준 호텔과 식당 직원들 등. 부탄의 인상 깊은 사람들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하지만 역시나 제일은 우리의 현지가이드와 기사였다. 정말 성심성의껏 투어를 진행해 줬는데, 단지 직업정신이 투철한 것을 넘어서 정말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하는 따뜻한 사람들이었다. 탁상곰파에서 본인들이 직접 말을 끌고 산을 오르고, 힘들어 하는 분들을 한 명 한 명 이끌어주고, 고맙다고 하면 손사래를 치며 본인의 당연한 책임과 의무라며 겸손해하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에, 심지어 호텔 와이파이가 고장 난 것까지 본인이 미안해하는 이 사람들을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설명하기 힘들지만 다녀온 사람들은 모두 공감하는 부탄 사람들의 고운 마음씨를, 나와 전 부탄 인솔자는 낯간지럽지만 영혼의 우아함라는 표현을 붙이기로 했다.

 

어제 집에 가니 부탄에서 내가 나에게 쓴 엽서가 와있었다. 부탄에 대한 좋은 말만 고스란히 담긴 소중한 엽서를 보니 다시금 부탄이 그리워졌다. 마지막에 방문한 사원에서 진지하게 절을 하며 우리의 무사 귀환을 빌어주던 가이드와 순수했던 기사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공항에서 헤어지기가 아쉬웠다.

 

아무래도 아침마다 작은 버스 지붕 위에 매일같이 짐을 실으며 아침에 “Hi~”라고 수줍게 인사를 건네던 그 모습이 오랫동안 잔상으로 남을 것 같다. [방수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