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8. 12. 6. 06:00

 

 

우리 사무실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서촌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인지 점심시간에 골목골목을 다니다보면 사람이 사는 곳이니 조용히 해주세요.’, ‘거주지입니다. 쓰레기 버리지 마세요.’ 등의 글씨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곳 작은 서촌에서만 봐도 관광지화에 따른 주민들의 고충이 들리는데 세계 최대의 관광지인 이탈리아의 사정은 어떨까. 피렌체, 로마, 베니스 등의 도시에 산다고 생각해보면 상상만으로도 머리가 아픈 것 같다.

 

실제로 배려 없는 관광객들의 행동 때문에 이탈리아에서는 관광객을 혐오하는 분위기가 점점 크게 번지고 있다. 최근 기사 몇 개만 찾아봐도 충격적인 사례들이 나온다.

 

 

 

 

 

로마의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 분수에 속옷차림으로 들어가 물장구를 치며 음료를 마시고, 콜로세움 벽에 자신의 이름 첫 글자를 새기는가하면 피렌체에서는 유명 동상이나 성당 옆에 몰래 소변을 보는 사람까지 있다고 한다. 또 트레비 분수 앞에서는 사진 찍기 좋은 자리를 서로 차지하겠다며 난투극을 벌이는 등 정말 난리도 아니다.

 

관광객들과 관련된 많은 문제들로 골머리를 앓는 위의 도시들은 최근 오버투어리즘의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피렌체는 지난 9월부터 피렌체 시내에 지정된 4곳에서 음식을 섭취하다 적발되면 벌금을 물리는 조례가 시행됐다. 4곳은 우피치 광장, 네리 거리, 그라노 광장, 닌나 거리이다.

 

피렌체의 명소들과 가까운 이곳 주민들은 바깥에서 음식물을 먹고, 쓰레기를 투기하는 관광객 때문에 오랫동안 불편을 겪어왔다. 작년부터는 일부러 유적지 계단에 수시로 물을 뿌려 청소를 하는 등 사람들을 앉지 못하게 했지만 그래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더욱 강한 규제를 하게 된 것이다. 음식물 섭취에 따른 벌금은 150유로에서 최대 500유로까지다.

 

 

 

 

하루 3만 명 정도의 관광객이 찾는다는 로마의 트레비 분수도 앞으로는 사람들이 분수 근처에 오래 머물지 못하도록 일방통행 식으로 지나가면서 구경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관광객과 주민과의 갈등이 깊은 베니스는 ‘#Enjoy Respect Venezia’라는 글귀가 새겨진 흰색 티셔츠를 입은 주민들이 베니스에서 가장 붐비는 곳을 돌아다니며 질서가 잘 지켜지는지 순찰 중이기도 하다.

 

이러한 대책들에 과잉행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오죽하면 이렇게까지 됐을까 이해가 되기도 한다. 여행자로서 여행지에 대한 존중의 마음을 가지고 주민들도, 관광객도 함께 명소들을 지켜가는 사회가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못하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박미나]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