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8. 12. 3. 06:00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재미 중 하나는 미처 몰랐던 내 취향을 알게 된다는 거다. 1년 사이 새롭게 알게 된 것은 나는 수직적인 아름다움보다는 수평적인 아름다움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여행사에 들어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마주치는 수많은 풍경들 중 내 마음을 강하게 흔드는 것은 장쾌하게 내리꽂는 폭포도, 웅장한 산세도 협곡도 아닌 그저 평야, 평야, 평야였다. 그래서 이번 소식지를 통해 그간 내 눈길을 사로잡았던 수평적 풍경들을 몇 가지 소개하려고 한다.

 

 

 

 

첫 번째로 꼽는 것은 지난 코카서스 여행에서 만난 들판이다. 아르메니아의 세반 호수로 달려가는 길, 조금은 지루한 드라이빙 중 어느 순간 창밖으로 펼쳐진 끝없는 야생화의 물결. 빼곡히 피어난 이름 모를 하얀 꽃들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잠시 차를 세우고 가만히 그 풍경을 눈에 담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슬란드 내륙 하이랜드도 빼놓을 수 없다. 이미 우리 직원들이 지난 소식지를 통해 여러 번 언급한대로 그 적막하고 황량한 벌판의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이다. 아무것도 없는 그 풍경이 왜 그렇게도 눈길을 잡아끄는지 도무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최근 모로코 여행에서 만난 너른 밀밭도 기억에 남는다. 겨울밀 재배를 위해 파종을 앞두고 갈아엎어진 밭의 흙들은 같은 흙이지만 그 색은 저마다 달랐다. 진한 흙색, 연한 흙색, 약간의 회색이 섞인 듯도 한 온갖 흙색이 멀리 저 너머까지 펼쳐져있었는데 그 미세한 색의 그라데이션이 꽤나 아름다웠다. 그걸 한참 바라보고 있으면 이따금씩 어린 목동이 양떼와 염소들을 이끌고 우리를 스쳐지나가곤 했는데 그 자체가 마치 풍경화처럼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가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하게 될지 하나부터 열까지 교육받고 공부하고 떠나는 출장이지만 사실 하이랜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우연처럼 만난 풍경들이다.

 

이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수평의 풍경들은 어느 순간 예고 없이 내게 찾아와 지난 1년 동안 마치 선물 같은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2019년에 마주칠 평야는 어디의 어떤 모습일까. 아니 어쩌면 내년엔 또 다른 취향을 발견할 수 있게 되려나. [신한지]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