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9. 1. 14. 06:00

 

 

 

지난 소식지에서 예고했던 대로 일본 철도여행을 테마로 휴가를 다녀왔다. 어느 지역을 가야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비교적 열차 노선이 단순하고, JR레일패스 혜택이 알차게 구성된 시코쿠로 정했다. 여행의 제일 중요한 목적이었던 에키벤이 시코쿠에는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기왕에 가기로 한 열차여행인 만큼 좀 더 특별한 열차를 타보기로 했다. 일본에는 지역별/시즌별 관광열차 및 테마열차가 있는데, 설원을 달리는 증기기관열차, 차내에서 전통공연이나 이벤트가 열리는 리조트 열차, 두 량짜리 귀여운 장난감 같은 열차 등 그 종류와 디테일이 무궁무진하다, 그 중에서 내가 선택한 테마열차는 시코쿠의 명물인 이요나다 모노가타리(伊予灘ものがたり)이다.

 

20147월에 운행을 시작한 이요나다 모노가타리는 세토내해의 서부 해안지역인 이요나다(伊予灘)를 달리는 해안열차로, 에히메 현의 마츠야마역을 출발해 일본 최고의 유명한 석양 스팟인 시모나다 역을 거쳐 종점인 야와타하마 역까지 달린다.

 

주말에만 하루 4회 운행되는데, 전체 좌석이 총 50석 한정으로 예약제로만 운영된다. 탑승 4일전까지만 예약하면 유명 셰프가 디자인한 도시락이나 애프터눈 티 세트를 멋진 풍광과 함께 즐길 수도 있다. , 이 모든 것들은 현지에서만 예약이 가능하기에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이요나다 모노가타리부터 예약을 요청했고, 운 좋게도 딱 하나 남은 좌석을 구할 수 있었다.

 

탑승 당일, 역에 조금 일찍 도착하여 이요나다 모노가타리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탑승 시간이 가까워지자 역무원이 안내를 시작했고, 예약한 사람들이 모였는데 역시 한국인, 아니 외국인은 나밖에 없었다. 지역 명물열차인 만큼 열차가 들어오자 탑승객은 물론 일반 열차를 이용하는 현지인들도 일제히 열차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기에 바빴고, 나는 그 유명세에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끼며 열차에 올랐다.

 

 

 

 

일본의 관광열차는 각자의 고유 이벤트가 있다. 이요나다 모노가타리의 이벤트는 특색 있는 식사와 지역 주민들이 함께 한다는 것이다. 지나는 각 역마다 마을 주민들이 이벤트를 해주는데, 거창한건 아니고 단체로 곰 모자를 쓰고 손을 흔들어 준다거나, 귀여운 고양이들이 역장이 되어 인사를 한다든지 등이다. 대단한 이벤트는 아니지만 모든 역마다 깨알 같이 준비되어 있는 이벤트로 2시간 20분의 이동이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또한 승무원들은 일본 최대 감귤산지인 에히메 현의 맛있는 귤과 에히메 현의 유명 온천인 도고온천 입욕제까지 기념품으로 챙겨주어 마지막까지 소소한 재미를 느끼게 해주었다.

 

여행상품을 구상하면서 제일 고민하는 부분이 바로 이러한 현지인들과의 많은 접점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만의 프라이빗한 프로그램도 좋지만 역시 기억에 더 많이 남는 것은 현지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무언가를 공유하며 추억을 만든 순간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요나다 모노가타리와 같은 특별한 열차 탑승은 그 어떤 럭셔리 열차보다도 더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영미]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