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9. 1. 31. 06:00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만 활동량이 적은 편이다. 그래서 내 몸은 가만히 두고, 주변이 변해가는 여행을 좋아한다. 이런 귀차니스트들에게 여행의 빈 곳을 가장 잘 채워주는 수단이 기차다.

 

지난 소식지에 소개된 일본의 관광열차 이요나다 모노가타리처럼 세계에는 상상도 못할 테마를 가진 기차와 기찻길이 많은데, 이번에 말씀드리고자하는 곳은 인도다.

 

여행자의 종착역으로 불리는 인도는 기차 여행의 성지이기도 하다.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워낙 악명이 높아 무엇을 상상하든 상상 이하라고도 표현되기도 하는데, 인도의 기차는 일반열차부터 궁전열차까지 카스트 제도 마냥 가격대에 따라 기차도 다양하게 구분된다.

 

그 중 궁전열차로 불리는 팔리스 온 휠스(Palace on Wheels)는 과거 라자스탄 왕족의 마차 여행을 재현한 호화열차다. 열차 안에는 욕실이 딸린 침실과 특실, 식당 등이 있고, 모든 객실은 화려한 양탄자와 가구로 치장돼있다. 여정은 델리에서 출발해 자이푸르-우다이푸르-자이살메르-조드푸르-아그라 등 굵직한 인도의 여행지에 정차하며, 승객들은 크루즈 여행처럼 중간 중간 내려 관광을 하고 다시 기차에서 숙박하며 이동하게 된다.

 

철도청에서 운영하는 마하라자 익스프레스(Maharajas’ Express)는 그야말로 바퀴달린 호텔이다. 아주 비싼 가격이지만, 78일의 패키지 티켓을 끊게 되면 개인 버틀러 서비스(Butler Service)를 포함해 최고의 시설들을 제공받는다. 숙식은 물론 모든 입장료와 공연비용도 포함되어, 편하게 인도 유명 관광지를 여행할 수 있다.

 

하지만 진짜 인도의 기차 여행은 아무래도 일반 기차다. 인도의 열차는 세계 어느 철도보다 승객 밀도가 높은데, 최대 수용인원 이상의 승객을 수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도난, 사고, 연착 등은 마살라(양념). 물론 저렴한 가격이라는 큰 장점도 있다.

 

 

 

 

일반 기차에서는 인도의 온전한 맨살을 볼 수 있다. 지저분함의 끝판왕인 기차역에서는 아이를 안고 구걸하는 여인과 기형적인 신체를 가진 장애인들, 맨발로 뛰어다니는 어린아이 등 충격적인 모습들이 강렬하게 뇌리에 박힌다. 정신이 혼미할 때쯤이면, 차이왈라(차를 파는 상인)가 한 손에는 컵과 주전자가 올려진 쟁반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기차의 손잡이를 잡고 곡예를 하듯 승객들에게 차이를 판다. 아무튼 이 기차는 이동의 수단이라기 보단, 기차 자체가 여행이다.

 

최근 남북 철도조사단의 행보가 자주 뉴스에 오른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갑지 않을 리 없는 뉴스다. 언젠간 남북이 연결된 기차를 타고 땅으로 선을 그으며 인도까지 여행할 수 있는 날을 그려본다. [이병철]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