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9. 3. 7. 06:00

 

지난여름부터 카페에선 음료를 마실 때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주지 않는다. 최근에는 대형 마트에서의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되었다.

 

이러한 환경보호운동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의 여러 주에서는 플라스틱 일회용 빨대 사용에 벌금을 물리고 있고, 인도네시아의 유명 관광지 발리에서는 올 해 중으로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전면 금지할 예정이다. 섬 주변에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쓰레기들로 인해 수중생물이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필리핀의 대표적인 휴양지인 보라카이도 오염된 섬의 재생을 위해 6개월 동안 폐쇄한 바 있다.

 

 

 

 

 

케냐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비닐봉지 금지법이 시행되고 있는 나라다. 케냐에서 비닐봉지를 제조, 판매, 사용하다 적발되면 4년 이하의 징역, 혹은 우리 돈 4천만 원의 벌금이 매겨진다.

 

이런 초강력 법안이 얼마 전에 통과되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손님들과 아프리카 여행을 떠난 나는 케냐에 입국하기 며칠 전에야 비로소 이에 대해 알게 되었다.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이라면 으레 캐리어에 몇 장씩 있을 비닐봉지와 지퍼백은 인솔자뿐만 아니라 모든 손님도 가지고 있기에 소심한 인솔자의 걱정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나미비아에서 밤마다 스마트폰을 붙잡고 느린 인터넷으로 케냐를 여행한 외국인들의 후기를 찾아봤지만 어느 누구도 시원하게 이 법의 실체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었다.

 

케냐행 비행기를 타기 전 날,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서 손님들께 이 법에 대해 알리며, 공항에서 비닐 검사를 할 수 있으니 걸리면 절대 반발하지 말고 조용히 버려달라는 안내를 드렸다. 다음 날, 마음을 단단히 먹고 나이로비 공항에 도착하니 캐리어 두 개의 자물쇠가 뜯겨져 있어서 마음이 철렁했다.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게 짐을 찾아 세관을 나서려고 하는 찰나, 직원 한 명이 그룹의 제일 앞에 있던 나에게 다가와 가방 안에 뭐가 들어있냐고 질문을 던졌다. 가방 안에 비닐봉지가 있냐고 물은 게 아니니, 태연한 얼굴로 여행에 필요한 옷이랑 화장품이 있고, 빨리 기린과 얼룩말을 보고 싶다하니 웃는 얼굴로 통과시켜줬다. 그 후 케냐에 머무는 동안은 호텔 방에 비닐봉지를 버리지도 않았고, 밖으로 꺼내지도 않았으며, 국경 검문소에서도 최대한 수상해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다.

 

당시 인솔자의 입장에선 그저 손님의 편의를 우선으로 생각했기에 케냐정부의 이런 조치가 유감스러웠다. 하지만 요즘 세태를 보니 그들의 과감한 결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플라스틱 빨대가 코에 꽂혀 피 흘리는 거북이와 뱃속에 비닐 덩어리가 가득 차서 죽은 물고기는 환경을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인간들의 미래의 모습이 될 테니 말이다. [임윤진]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