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9. 4. 4. 06:00

 

지난 12월 스리랑카 출장에서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인 우리들에게 손을 내미는 아이들이 있었는데, 그런 아이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애정과 연민의 눈길로 작은 돈과 간식거리들을 쥐어주던 우리 손님들의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항상 빠듯한 예산으로 배낭여행을 하며 아이들을 외면했던 나를 되돌아봄과 더불어 구걸하는 아이들에게 돈을 주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경우 돈을 주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에 대한 문제에는 꽤 오래전부터 팽팽한 찬반논란이 맞서왔다. 찬성론자들은 무엇보다 우리가 주는 돈이 그들에게 실질적인 경제적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스리랑카에서 스틸드 피슁 체험을 한 후 돌아간 우리의 버스에서 자신의 딸을 데리고 와 구걸하는 한 아저씨를 만났다. 얼굴에 깊은 주름이 가득한 아저씨는 몸을 가누지 못하는 딸을 안고 있었다. 나이가 먹어감에도 신체는 자라지 않는 불치병이었다. 딸을 돌보느라 일도 하지 못할 아저씨에게 우리 손님들이 건넨 돈은 아저씨와 딸의 일상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은 여행자들이 주는 돈이 그들의 일상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2014년 인도 라다크 지방에 있는 투르툭(Turtuk)을 여행한 적이 있다. 가이드북에는 개방된 지 얼마 안 된 지역이니 아이들에게 돈을 주는 것을 주의하라는 글귀가 있었다.

 

지프차를 타고 마을 초입에 이르렀을 때였다. 어디에서 튀어나온지 모를 한 무리의 아이들이 우리차를 발견하고는 따라오기 시작했다. 자신들보다 훨씬 빠른 차를 포기하지 않고 오랜 시간 쫓아오는 아이들의 독기에 우리 일행은 아연실색했다.

 

투르툭은 드넓은 초록 들판이 바람에 나부끼는 동화 같은 마을이었다. 그 속에는 조금 낡았지만 다채로운 색감의 옷을 입고 있는 인형 같은 아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만났던 아이들은 낯선 여행자들에게 경계와 불신의 눈빛을 보내면서도 ‘1센트’를 달라고 소리 질렀다. 아마 여행자들이 오기 전에는 자신들의 삶을 평화롭게 살고 있었을 것이다. 여행자들이 들어오고 돈을 주기 시작하면서 그런 일상들이 파괴되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이 아름다운 마을이 마냥 편하지는 않았다.

 

찬반이 팽팽한 만큼 이 문제에 대한 정답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아이들에게 주는 작은 돈들이 그들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여행자들은 한번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박소연]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