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9. 4. 30. 06:00

 

 

2월 중남미 여행의 인솔자로 배정 받았을 때 걱정이 9할이었다. 너무나도 먼 거리에 총 22일의 긴 일정, 게다가 총 5개국을 방문하기 위해 타는 수많은 항공편들과 고산증 등등…. 손님들이 중남미 여행을 선택할 때 고민하는 모든 것들이 고스란히 내 걱정거리가 되는 순간이었다.

 

사무실에서도 농담으로 송별회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할의 기대감이 솟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흔히 여행의 종착지라고 불리는 중남미 아니던가!

 

출장을 다녀와 되짚어 보니 역시나 남미는 남미였다. 변수도 많고 위의 고민거리들이 실제로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여행에서 만나는 풍경과 문화와 사람들은 그 모든 걱정들을 잊게 할 만큼 압도적이었다.

 

 

 

여행의 시작은 세계의 불가사의를 2개나 품고 있는 페루였다. 개인적으로 ‘세계 몇 대 불가사의’ 등의 수식어를 좋아하지 않지만 마추픽추는 진짜배기였다. 마추픽추는 만나러 가는 일련의 과정들이 모두 여행이었다.

 

항공, 버스, 기차, 또 다시 버스를 타야하는 어려운 마추픽추 여행길을 겨우겨우 쫒아가 드디어 산 위에서 마추픽추를 내려다보는 순간 ‘아!’라는 탄성과 함께 침묵할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게다가 페루 남쪽에 있는 나스카 지상화는 페루가 가진 또 다른 수수께끼로 외계인이 만든 게 아니냐는 엉터리 학설을 믿고 싶을 만큼 거대하고 정교했다.

 

다음으로는 남미의 유럽으로 불리는 아르헨티나. 낮에는 과거의 영화를 상징하듯 넓게 뻗은 대로와 파리를 옮겨 놓은 것 같은 건물들이 인상적이고, 밤에는 격정적이고도 절제 있는 아르헨티나 탱고의 무대에 숨을 멈추게 된다.

 

그리고 원래는 바람의 땅으로 불릴 만큼 무시무시한 바람이 불지만 우리에게는 평화로운 땅으로 기억되는 파타고니아. 내 눈앞에 정면으로 파노라마처럼 시야를 꽉 채우는 페리토 모레노 빙하의 위엄에 압도되어 인생의 허무함까지 느껴지게 했다.

 

 

 

그리고 칠레의 토레스 델 파이네로 넘어가면 에메랄드 빛 호수와 빙하를 품고 있는 장엄한 산봉우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선정한 이곳에서는 언젠가 꿈에서 본 것과 같은 비현실적인 풍경이 펼쳐져서 걷는 내내 가슴이 벅차올랐다.

 

누구나 다 아는 중남미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이과수폭포는 그냥 명불허전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아르헨티나 쪽 이과수에서는 통쾌한 수량에 마치 내가 빨려 들어가는 착각이 들어 섬뜩하기까지 했고, 브라질 쪽 이과수에선 사방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수많은 물줄기와 무지개로 인해 신들의 정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야문명을 품고 있는 멕시코. 우리가 막연히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천체, 수학, 기하학에 능통했던 이들은 그 기술을 가지고 거대 밀림 속에 그들의 화려한 문명과 피라미드들을 숨겨두었다.

 

이 문명에 대한 각종 자료들은 스페인의 침략으로 인해 거의 남아있지 않아 대부분이 추측과 수수께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오티우아칸의 태양과 달의 신전, 기자 피라미드와 더불어 최고의 피라미드로 손꼽히는 치첸이사 유적 들을 보면 그들의 화려했을 문화를 쉬이 짐작할 수 있었다.

 

이렇게 방대한 문명과 자연을 보는 중남미 여행을 마치고 나서 우리 일행들은 생각지 못한 고민을 안게 되었다. 대자연의 풍경을 보면 다음 여행지로 자연은 안 되겠다, 엄청난 규모의 유적을 보면 유적도 보러 갈 수 없겠네, 심지어는 1년 동안 다른 여행은 무리라는 등의 진지한(?) 농담이 오갔다.

 

아직 갈 곳도 넘치고 여행경험도 짧은 인솔자지만 중남미를 다녀온 지금, 한 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남미는 역시나 변수도 많고 힘들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러니 더 늦기 전에 중남미부터 다녀와야 한다고…. [방수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