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경찬의 여행편지2019. 6. 21. 06:43

 

2011년, 테마세이투어에서 아이슬란드 여행상품을 처음 선보였을 때만 해도 의아해 하는 분들이 많았다. 많이 들어본 나라인 것 같기는 한데 얼음덩어리 나라에 무얼 보러 가느냐는 식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아이슬란드 여행이 벌써 8년째다. 그동안 해마다 5-6개 팀이 아이슬란드로 떠나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곤 했었다.

 

 

 

그런데 3년 전부터 아이슬란드가 TV여행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고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하더니 이젠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로 자리잡아가는 모양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쉽게 찾아가기 어려운 곳임에는 틀림이 없다. 턱없이 부족한 숙박시설이 주된 원인이다. 하지만 작년부터 아이슬란드 정부가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면서 속속 호텔이 건립되고 관광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으니 앞으로는 접근이 더 쉬워질 전망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아이슬란드의 유명세와 변화가 정말 달갑지 않다. 얼마 남지 않은 지구의 청정지역 중 하나였는데 이런 속도의 개발이라면 머잖아 관광객으로 북새통이 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아이슬란드의 매력도 반감될 것임에 틀림이 없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아이슬란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가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동안 테마세이의 주력 여행지로써 아끼던 곳들이 급속하게 변질되어 가는 과정을 무수히 겪어왔다. 한 때 대형여행사들을 제치고 테마세이가 가장 많은 여행객을 보냈던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지역은 원래 한적한 시골마을이었다. 그때만 해도 이 지역 전체에 호텔이 겨우 5개 밖에 없었으니 고즈넉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관광객이 몰려들더니 지금은 호텔 개수만 800개가 넘고 한적했던 거리는 방콕의 환락가를 뺨치는 유흥지로 변해버렸다. 솔직히 더 이상 정이 가지 않는 여행지가 되고 만 것이다.

 

곤명-대리-여강-샹그릴라로 이어지는 중국 운남성 또한 우리가 처음 개척한 곳이나 다름없다. 처음 이 지역을 방문했을 때의 기억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대리의 장터에서는 전통의상을 입고 오가는 여러 소수민족들 사이에서 우리 일행들이 오히려 현지인들의 구경거리가 될 정도로 외부인들의 방문이 없던 시절이었고, 여강의 고요하고 평화로운 밤거리는 그야말로 낭만적이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러나 이 지역 또한 홍수처럼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해 독특한 색채가 사라진 지 오래다.

 

 

 

급격한 변화가 진행 중인 여행지로는 미얀마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미얀마가 불교 성지 순례지 정도로만 인식되던 시절에 첫 팀을 띄운 이후 18년 동안 테마세이의 스테디셀러와 같은 역할을 했던 곳이다. 우리는 미얀마를 소개할 때면 ‘은둔의 나라, 고요한 명상, 차분한 힐링 장소’ 등등의 수식어를 붙이곤 했었다. 하지만 고즈넉한 탑 위에 올라앉아 2,000여 개의 불탑 사이로 해가 뜨고 지는 장면을 침묵 속에 지켜보던 미얀마의 매력은 이미 전설이 되고 말았다. 밀려드는 여행객으로 인해 일출과 일몰 장소는 치열한 자리다툼의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렸으니 말이다.

 

우연일지는 모르겠지만 남들보다 한 발 앞서 개척한 여행지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폭발적으로 관광객이 늘어나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곧 우리가 처음에 기대했던 여행지의 맛과 매력이 적잖이 퇴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마냥 변화를 탓할 수만은 없다. 어차피 변하지 않는 곳은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단기간 내에 급격하게 변하는 것은 참으로 당황스럽다. 이는 마음에 간직한 소중한 나만의 무언가를 빼앗기는 기분이어서 아깝다는 기분이 든다. 아이슬란드도 속속 좋은 호텔들이 들어서고 곳곳에 호텔 건설작업이 한창이다. 머잖아 학교 기숙사를 빌려 숙박했던 시절이 그리워지게 될 것 같다. [마경찬]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