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경찬의 여행편지2019. 8. 12. 06:30

 

 

중국 운남성에서 티벳 라싸까지 장장 3,200km에 달하는 차마고도길은 변변한 호텔도, 식당도 없는 오지 중의 오지였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해발 3,000m급의 비포장 산길을 온몸에 먼지를 뒤집어쓰며 넘나들어야 했고, 그나마도 길이 끊기기 십상이어서 라면 등 비상식량을 지프차 안에 잔뜩 싣고 떠나야만 했다.

 

아스라한 벼랑길을 따라 차와 소금을 실어 나르던 마방들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여행자들에게도 만만치 않게 힘들었던 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마고도는 기대 이상의 큰 만족감을 준 길이었다. 고대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길이었고 티벳인들의 삶을 지근한 거리에서 목도할 수 있는 길이기도 했다. 게다가 주변 경치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중국대륙 전역을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고 감히 단정 지을 수 있다. 옌징의 염전을 거쳐 마방길과 평행을 이루며 깊은 산속으로 빨려 들어가면 장엄한 6,000m급 설산들이 눈앞을 가로막는다.

 

그리고 임지, 포미, 빠이 지역의 화려한 단풍은 흥분을 주체하기 힘들게 한다. 뿐만 아니라 추색이 완연한 드넓은 초원지대의 샛강을 따라 양떼를 키우는 티벳 유목민들과의 조우도 행복했으며, 무작정 쳐들어간 티벳 민가에서의 따듯한 환대도 잊을 수 없다. 무엇보다 감동적인 것은 지프차도 힘겹게 올라가는 높고 높은 고갯마루에서 만난 오체투지의 순례자들이다. 가는 방향은 모두가 라싸이건만 가는 목적도 방법도 우리와는 너무나 다르다. 같은 길에서 만난 다른 삶이다.

 

차마고도 여행은 삶의 대장정과도 같다. 그렇기에 최종 목적지인 라싸의 포탈라궁 앞에 섰을 때의 감회는 사뭇 남다르다. 왈칵 울음이라도 터질 것 같은 그 감회는 성취감이자 허탈함이고 또한 자그마한 깨달음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좋은 차마고도 길이 막혔다. 벌써 10년째다. 차마고도 길 중간에는 티벳과 관련된 민감한 시설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그래서 티벳은 물론 중국 국내정세가 조금이라도 불안하다 싶으면 수시로 통행을 금지시킨다.

 

그동안 통행증 발급이 재개됐다는 정보에 급히 차마고도 여행자를 모았다가 취소시키기를 반복해 왔다. 이젠 양치기 소년이 될 판이다. 하지만 올해는 정말 길이 열렸다. 차마고도로 들어가기 위한 통행허가증 4종이 모두 가능해 졌기 때문이다.

 

가장 아름다운 시기인 10월 출발을 목표로 차마고도 길을 다시 조사해보니 10년이란 세월 동안 많은 것이 변해있었다. 무엇보다 도로가 제대로 정비되고 상당 구간이 포장되어 예전처럼 고생할 일이 없어졌다. 근사한 호텔도 제법 많이 생겨서 호텔과 식사 걱정도 한시름 놓았다. 편안해진 차마고도 여행길이 차마고도 답지 않아서 불만이지만 그래도 여행자 입장에서는 한결 안락한 여행이 될 것임은 틀림없다.

 

오랜만에 열린 차마고도 길이다. 중국 당국의 마음이 또 변하기 전에, 차마고도가 더 변하기 전에 지금 당장 떠나야 할 길이다. 10월 9일, 13일 일정으로 출발한다. [마경찬]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