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9. 7. 2. 06:00

 

 

지난 3월, 드디어 입사 후 가장 고대하던 카나리아&마데이라 11일 여행을 다녀왔다. 카나리아 제도는 북아프리카의 서쪽 대서양에 위치한 스페인령의 군도(群島)를 말한다. ‘유럽의 하와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사시사철 온화한 기온과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특징이다.

 

란사로테는 카나리아 제도를 구성하고 있는 7개의 주요 섬 중 한 곳이다. 각자 독특한 매력을 가진 섬들 중에서도 특히나 여행자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이 섬 전체를 거대한 예술작품으로 변모시킨 예술가이자 사회운동가 ‘세사르 만리케’는 란사로테 여행의 대표 키워드다.

 

 

 

만리케는 1919년 란사로테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고향에서 다닌 ‘란사로테뇨(Lanzaroteño, 란사로테 사람)’이다. 그는 대학에서 2년 간 건축학을 공부하였으나 이 길에 회의를 느끼고 자퇴하였다.

 

이후 마드리드에서 장학생으로 수학하며 예술 공부를 하게 되고, 졸업 후에는 다양한 도시에서 예술가로 활동했다. 특히 뉴욕에선 거대 재벌 넬슨 록펠러의 후원을 받으며 많은 작품을 남겼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건축가가 아닌 예술가라고 부른다.

 

뉴욕에서 명성을 얻었으나 만리케는 향수병에 걸렸다. 결국 돌연 란사로테로 돌아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이 섬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1992년 교통사고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기 전까지, 그의 순수한 열정과 란사로테에 대한 사랑은 수많은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화산섬인 란사로테의 독특한 지형을 그대로 활용하여 만든 ‘하메오스 델 아구아’, 섬과 섬을 연결 짓는 전망대 ‘미라도르 델 리오’, 쓰레기장이었던 곳을 화려하게 변모시킨 선인장 정원 ‘하르딘 데 칵투스’ 등 그의 대표작들은 란사로테를 찾는 수많은 여행자들을 황홀하게 만든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 일행도 이 세 곳을 모두 방문했고, 여느 여행자들과 마찬가지로 그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만리케의 작품에는 두 가지 특성이 있다. 먼저 첫 번째로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자연물을 훼손하거나 고치지 않고 그 위에 덧대는 방식으로 작품을 탄생시킨다는 점이다. 그는 작은 소품 하나도 모두 자연에서 따온다.

 

두 번째로는 화산이 만들어낸 검은 대지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들에서는 대부분 흑백의 대조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데, 검은 화산석과 하얀 건물들이 어우러지는 모습이 투박하면서도 아름답다. 그 위에 푸른 하늘과 바다가 어우러지면서 이 심플한 색깔만으로 신비할 정도의 풍성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리케의 작품들은 매번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고, 란사로테에 머무는 내내 행복한 미소를 짓게 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란사로테를 떠나면서 그가 남긴 말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란사로테는 액자를 끼우지 않은 예술 작품과도 같다. 나는 모든 이들이 볼 수 있도록 이 작품을 매달았다.” [최예솔]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