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9. 7. 30. 06:00

 

 

인솔자라는 직업을 갖게 된 이후 주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것이 있다. 바로 전 세계의 여행 명소를 다니며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인솔자의 눈에 가장 많이 담게 되는 것은 여행지의 풍경이 아니다. 손님들의 뒷모습이다.

 

 

 

인솔자의 자리는 필연적으로 그룹의 맨 뒷줄이다. 가장 앞에 서서 손님들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가이드와 대조적이다. 어느새 길게 늘어지는 손님들의 발걸음을 테마세이투어의 인솔자는 절대 재촉하지 않는다. 수신기로 아득하게 들려오는 가이드의 안내에 귀를 세우고, 뒤따라 걷는 손님들과 함께 길을 잃지 않으려 정신을 바짝 차린 채 묵묵히 걸어 나갈 뿐이다.

 

그런 인솔자의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현지의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라, 그 안에 존재하는 손님들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지난 4월 말 출장으로 다녀온 크로아티아 여행에서는 유독 손님들의 뒷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구시가지를 둘러 싼 성벽을 일렬로 오르내려야 했고, 플리트비체 호수 공원의 좁은 산책로를 따라 걸어야 했던 까닭이다.

 

모토분 성벽 멀리 펼쳐지는 파란 하늘과 초원 대신, 그 광경을 촬영하는 열정적인 손님. 로마시대로 시간여행을 온 듯 착각을 자아내는 자다르의 유적지가 아닌, 그 앞 광장에 앉아 로컬 가이드를 바라보며 눈을 빛내는 손님. 두브로브닉 성벽 바깥으로 자리한 깊은 아드리아해 보다, 수평선 너머를 함께 바라보는 다정한 손님. 플리트비체를 가득 채운 맑은 물과 수풀의 향연 대신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산책하는 손님.

 

세계 곳곳의 의미 있는 장소를 찾아 나서는 테마세이의 여행. 그 여행 속의 여행지는 분명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 속을 거니는 여행자의 뒷모습에는 아름다움 이상 가는 스토리가 있다. 아름다운 이미지는 시간이 지나 빛이 바래기도 하지만, 스토리는 마음 속 한켠에 자리 잡은 채 오래도록 남는다.

 

인솔을 계속하며 손님들의 뒷모습에서 읽어 내린 이야기가 내 마음속에도 켜켜이 쌓여가기를 기대해 본다. [박초롱]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