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9. 7. 25. 06:16

 

 

“시칠리아를 보지 않고서 이탈리아를 말하지 마라.” 대문호 괴테는 자신의 저서 <이탈리아 기행>에 이런 말을 썼다. 이탈리아 본토와 메시나 해협으로 연결된 이 섬은, 많은 정복자와 예술가의 구애를 받았다. 우리에게는 세계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 <대부>와 <시네마 천국>을 탄생시킨 낭만적인 섬으로 더 유명하지만 시칠리아의 매력은 그 뿐만이 아니다.

 

 

 

거의 천 년의 세월에 걸쳐 다양한 세력에 의해 침략과 정복을 반복하면서, 섬 안에는 다양한 문화가 꽃을 피웠다. 카르타고를 시작으로, 로마, 아랍, 노르만족까지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세기의 정복자들이 모두 시칠리아에 발자취를 남긴 것이다. 여기에 1861년 통일 이탈리아 왕국으로 편입되기 이전까지 시칠리아는 독일, 프랑스, 아라곤 , 사르데냐 왕국 등 수많은 유럽의 왕가들의 영향을 받았다.

 

이 때문에 시칠리아 여행에선 작은 섬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다양한 곳을 방문하게 된다. 신전, 로마시대 저택과 같은 고대 유적지는 물론이고, 신고전주의 양식을 간직한 노르만 왕궁, 비잔틴 미술의 예배당, 바로크 건축의 섬세함이 느껴지는 거리 장식까지 눈 닿는 모든 곳이 다 특별하다. 모두가 탐내던 섬 시칠리아는 역사적 아픔을 딛고 어마어마한 유물과 사적을 간직한 보물섬으로 거듭난 것이다.

 

그러나 시칠리아 여행의 매력은 유적지를 돌아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정돈되지 않은 투박한 길가에는 야생화가 만발하고, 아기자기한 마을들 너머로 보이는 짙푸른 해안선은 자칫 고루할 수 있는 풍경들을 풍부하게 꾸며준다. 무엇보다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여행 내내 마주치는 시칠리아 사람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짙은 인간미다.

 

시칠리아인은 창조적이고 자존감이 강하며 친화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섬사람 특유의 괄괄한 기질이 있긴 하나, 호쾌한 웃음소리를 듣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열리곤 한다.

 

이번 5월 여행에서도 매번 열정 가득한 로컬 가이드와 함께 했다. 시칠리아 방언이라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듣는 귀를 유쾌하게 만든 노래꾼도 있었고, 한국 여자들의 미모를 찬양하느라 바빴던 능구렁이 아저씨도 있었다. 하나 같이 사랑이 가득한 사람들이었다.

 

시칠리아의 매력에 흠뻑 빠졌던 봄 팀들이 돌아오고, 이제 9월의 가을 시칠리아를 찾을 추석팀이 출발을 앞두고 있다. 그 눈부신 섬의 문을 다시 한 번 두드릴 생각에, 가슴이 벅차온다.   [최예솔]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