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9. 8. 22. 06:30

 

 

나는 미술을 사랑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미술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두 아들을 키우느라 집에 있던 이젤과 캔버스지에는 먼지만 쌓였다. 하지만 어머니는 몇 년 전부터 다시 화실에 다니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셨다.

 

이렇게 미술을 사랑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라 왔지만 나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식탁 옆에 걸려있던 양산을 쓴 저 여자는 도대체 누구일까? 엄마의 젊은 시절인가? 라고 생각 할 뿐이었다. 이런 나에게 예술과 문학에 집중하는 북프랑스 여행은 조금 부담스러운 출장이었다.

 

 

 

내가 북프랑스에 간다는 소식에 어머니는 나보다 더 흥분해서는 당신이 그렸던 그림들을 메시지로 보내주기 바쁘셨다. 그렇게 시작된 북프랑스 여행은 나에게는 없던 예술과 문학에 대한 관심을 일깨워주었다.

 

우리의 북프랑스여행은 예술과 문학 속으로 직접 들어가 본다는 특징이 있다. 가장 처음 만난 작가는 클로드 모네이다. 태양이 떠오르는 일출부터 떨어지는 일몰까지 호수에 비치는 빛의 움직임과 ’수련‘의 모습을 표현한 그의 작품을 보고 나면 그다음 일정은 수련이 탄생했던 지베르니의 모네 하우스다. 그리고는 그곳에서 모네가 그림에 담았던 수련을 내 눈에 직접 담아본다.

 

르누아르를 만나기 위해서는 한 식당으로 간다. 그가 그린 그림 ’선상파티의 점심‘의 배경이 되었던 식당이다. 식사를 마치고 그림에 등장하는 주황색 차광막 밑에서 사진도 찍어보며 마치 그 그림 속의 주인공이 되어보는 것이다.

 

다음으로 만난 작가는 빈센트 반 고흐였다. 그의 최후작인 ’까마귀가 나는 밀밭‘의 배경이 되었던 길을 걸어보았다. 그가 화폭에 옮긴 밀밭 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고흐와 그의 동생 테오의 무덤이 나온다. 10평 남짓의 그의 하숙집과 무덤을 보며 그가 살았을 예술가의 삶을 상상해 보았다.

 

 

 

이외에도 트루빌에서는 부댕의 ’트루빌 해변‘을, 에트르타에서는 쿠르베의 ’코끼리 바위‘를, 바르비종에서는 밀레의 ’만종‘을 만날 수 있었다.

 

그곳을 방문했다고 해서 작가의 생각이나 의도를 모두 이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서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이 생기고, 또 다시 그 작품을 만나러 가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예술과 문학이라는 주제가 무겁게만 느껴졌지만, 여행을 통해서 배울 수 있다면 하나도 어려울 것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식탁 옆에 걸려있는 모네의 그림 속 주인공이 우리엄마가 아니라는 사실도…. [한승남]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