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9. 8. 29. 06:30

 

 

여행 좀 다녀본 사람들은 ‘아’로 시작하는 유럽의 화산섬이라고 하면 아이슬란드를 먼저 떠올린다. 반면, 유럽 대륙에서 서쪽으로 약 1,400km 떨어진 대서양 망망대해의 아조레스 제도를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포르투갈의 자치령인 이 곳은 아직 우리에겐 그 만큼이나 생소하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비행기를 타고 4시간 반을 더 가서 아조레스의 중심섬인 상 미겔에 도착했다. 호텔로 가는 버스를 타니 현지 가이드가 마이크를 잡고 제일 먼저 이렇게 인사했다. “Welcome to My Paradise!”

 

다음날, 호텔 앞엔 이틀 동안 타고 다닐 지프차 4대와 유쾌한 기사들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먼저 아조레스의 대표 이미지인 세테 시다데스 지역으로 오프로드 드라이브를 나섰다.

 

제주도를 연상시키는 현무암 담벼락이 정겨웠고 그 사이로 소담히 피어난 수국이 반가운 인사를 던지는 듯 했다. 처음 멈춘 콜피크 전망대에선 상미겔섬의 평원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푸른 초원지대와 귀엽게 솟아있는 작은 오름들, 수국 울타리와 평화롭게 풀을 뜯어먹는 소떼. 장엄하거나 신비한 풍경이라 할 순 없지만 이 곳을 여행하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즐거웠다.

 

 

 

오프로드 드라이브는 계속되었고 아침나절 짙게 꼈던 구름이 걷히자 섬의 전경은 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녹색과 청색의, 두 개의 칼데라호가 발밑으로 넓게 펼쳐진 ‘왕비의 전망대’와 섬의 북쪽 절벽 해안이 펼쳐진 에스칼바두 전망대도 아름다웠고, 이미 사진으로 여러 번 봤던 왕의 전망대와 지옥의 문 전망대도 명불허전이었다.

 

그러나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단연코 산티아고 호수를 둘러싼 수국길 드라이브였다. 기사들이‘Heavenly Road’라고 한 이 길은 양 옆이 수국으로 뒤덮인 3km가량의 도로인데, 이 길을 달리는 동안은 지프에 탄 모두의 입에서 그저 탄성만 나왔다. 마치 이 세상 것이 아닌 듯한 끝없는 수국의 향연, 이 풍경을 보려고 그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타고 이곳에 왔구나 싶었다. 일정을 마치고 돌아갈 때 일부러 기사들에게 부탁해 같은 길을 또 달렸다.

 

이후로도 거울같이 반짝이던 포구호수, 유럽 유일의 녹차밭, 푸르나스 지역에서의 숲길 트레킹, 동부지역의 여러 전망대, 테라 노스트라 호텔의 거대한 정원과 온천을 즐기며 상 미겔의 구석구석을 봤지만 제일 강렬한 이미지는 역시 첫 날의 수국길이었다. [임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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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