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9. 9. 9. 06:30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몽골 여행하면 광활한 자연, 드넓은 초원을 배경으로 한 말타기, 혹은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들을 떠올릴 것이다. 7월의 몽골 출장이 끝나고 내게 남은 기억은 이것들과는 조금 다르다.

 

몽골에서는 이동이 곧 여행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입장지들을 방문하는 다른 여행들과 달리 몽골 여행은 딱히 입장할 곳이 없다. 하루에도 수 시간을 지프차 또는 버스를 타거나, 어떤 때는 말을 타고 이동하며 풍경들을 보는 것이 몽골 여행이다. 그리고 여기서 보이는 풍경들은 대부분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지평선이다.

 

 

 

도로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이 대부분인 이곳에서 화장실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긴 어렵다. 우리 일행은 너른 초원에 지프차 두 개를 나란히 세우고, 그 사이를 우산 두 개로 막아 우리만의 간이 화장실을 만들었다. 지금까지의 여행에서 사용했던 수많은 화장실 중 단연 제일 기억에 남는 화장실이었다.

 

몽골은 땅덩어리가 큰 만큼 지역별로 기온차도 크다. 비 내리는 테를지와 홉스골의 밤은 우리나라의 겨울 만큼이나 추웠다. 게르 안에 나무 장작을 때는 난로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생각보다 불을 붙이고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손님들은 5박의 게르 숙박 동안 점점 불 피우는데 전문가가 되어갔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종이는 불쏘시개가 되었는데, 나중에는 여행자료집도 몽골의 난로 속에 몽땅 태워졌다.

 

몽골은 연평균 강수량 350mm정도로 비가 잘 내리지 않는 지역이다. 하지만 우리 일행은 몽골 여행 중 수차례 비를 만났다! 이번 여행에서 내린 비는 수많은 에피소드를 남겼다.

 

 

 

게르에 비가 새서 한 밤중에 부산을 떨어야했고, 폭우를 맞으며 말을 타기도 했다. 폭우 속에서 푸른 초원을 달리는 것은 너무나 짜릿했지만, 물 묻은 옷이 쏠리면서 손님들의 엉덩이에 영광의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홉스골에서 무릉으로 갈 때는 우리를 태운 차가 갑자기 생긴, 6개나 되는 강을 건너야 했다.

 

솔직히 고하건대 몽골 여행은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변화무쌍한 날씨가 우리를 당황하게 했고, 예상치 못한 여러 가지 일들이 우리를 수시로 불편하게 했다. 고비사막에선 지프차가 고장 나기도 했고, 국내선 비행기 시간이 갑자기 바뀌는가 하면, 예약시간이 멋대로 변경되기도 했다.

 

그래서 인솔자인 나는 몽골에서 매일 아침 눈뜨는 순간이 모험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 여행을 되새기는 지금,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하기 힘든, 몽골이기에 가능한 경험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여행 당시의 불편함과 크고 작은 사건사고의 기억들은 어느덧 내게 몽골에 대한 향수가 되었다. 그 모험을 함께 한 우리 손님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실까? [박소연]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