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9. 10. 30. 06:00

 

7월에 진행한 ‘이탈리아 한 여름 밤의 꿈 10일’ 여행은 올해 발표된 새 상품들 중에서도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상품이었다. 르네상스의 발상지 피렌체에서의 4박과 매년 여름 고대 원형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공연, 그리고 전 세계 관광지 중 가장 예약하기 까다로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 감상까지….

 

 

 

이 화려한 일정 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은 안드레아 보첼리의 고향 라야티코에서 펼쳐지는 ‘Teatro del Silenzio’ 콘서트였다. 일 년에 한 번, 토스카나의 작은 마을 라야티코에서 진행되는 이 공연은 “시원한 밤공기를 타고 전원의 허공에 울려 퍼지는 그의 감미로운 목소리”라는 홍보 문구처럼 여행자들의 로망을 자극했다.

 

하지만 미리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년부터는 이 여행 상품에서 보첼리 콘서트는 빠질 예정이다. 상품의 한 테마를 차지할 만큼 모객력이 있는 매력적인 일정임에는 분명하지만, 현실을 안 이상 미화할 수도, 미화를 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이 콘서트의 가장 큰 문제로 주최 측의 형편없는 운영을 지적하고 싶다. 40도가 넘는 이탈리아의 폭염에서 1,300명이 사는 작은 마을에 13,000명의 관람객이 입장하는 공연을 기획할 때는 그에 걸맞은 준비를 해야 한다.

 

특히 안드레아 보첼리라고 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가의 공연이자, 2006년부터 12회째 진행되는 공인된 이벤트라고 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자선 무료공연도 아니고 굉장히 고가의 공연임에도 전 세계에서 방문한 관람객을 위한 배려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공연장 근처까지 운영되는 셔틀은 진행요원 한명 없이 버스가 올 때마다 줄 서 있는 사람들이 알아서 우르르 몰려가 타야했고, 버스에 내려서부터 토스카나의 초원에 마련된 침묵의 극장까지 만원 전철처럼 수많은 사람들에 떠밀려 들어가야 했다. 관람객들이 무질서하게 밀려들어 갈 때도 안전을 위해 배치된 스태프는 보이지 않았다.

 

또한 아무 설명도 없이 한 시간이나 지연된 공연과 열악하기 짝이 없는 부대시설, 배려 없는 이탈리아어 진행은 아무리 안드레아 보첼리라고 할지라도 실망 그 자체였다.

 

입장했을 때와 동일한 방법으로 공연장을 벗어나 피렌체의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3시. 아름다워야 할 ‘한 여름 밤의 꿈’이 악몽으로 변해버린 순간이었다. [이영미]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