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9. 11. 11. 06:00

 

올여름, 미세먼지 하나 없는 청정 지역 아이슬란드에서 깨끗한 공기를 마음껏 마시고 왔다. 그곳은 어떤 여행지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다채로운 풍광으로 가득했다.

 

북부에선 분화구와 용암이 만들어낸 화산지대의 생경한 모습이 우릴 놀라게 했다. 동부에선 한 눈에 가득 담을 수 있는 아름다운 피오르드 길이 여행자들을 감탄케 했다. 또 남부에선 요쿨살론 보트투어와 스카프타펠 트레킹을 통해 빙하의 생생한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링로드를 달리며 대자연이 만들어낸 숨 막힐 듯이 아름다운 자연경관들을 눈에 담고 있자니, 이건 지구가 아니라 필경 다른 행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정 자연으로 유명한 아이슬란드는 각종 매체에 등장하면서 점점 더 큰 인기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성수기에는 아이슬란드 전체 인구 33만 명보다도 4~5배나 많은 관광객이 몰릴 정도다. 관광업이 국가 성장의 원동력이자 효자 산업이라고 할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슬란드인들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모자라는 숙박 시설을 위해 국토 곳곳에 호텔을 지어야 하고, 도로를 재정비 하는 등 관광 인프라 조성에 힘쓰다보니 일부의 자연 훼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례로 아이슬란드의 그랜드캐년이라고도 불리는 피야드라글푸르는 올 상반기에 일시적으로 폐쇄를 해야만 했다. 2015년 발매된 저스틴 비버의 ‘I’ll show you’ 뮤직비디오 배경으로 등장한 것이 그 계기다. 이를 인상 깊게 본 팬들이 협곡을 찾아 강물에 몸을 담그고, 위험한 절벽길을 드나들며 안전 문제와 자연 훼손 문제가 생겨났던 것이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이미 산책로가 깔끔하게 정비되고 쇠 구조물과 밧줄 같은 인공물이 설치된 후였다. 개인적으로 드넓은 자연 속에서 조금이나마 나를 지켜주는 구조물이 있다는 점에 안도감이 들기도 했지만, 내 카메라에 온전히 자연만을 담을 수는 없다는 점이 안타깝기도 했다. 이런 관광지화는 관광객이 느는 한 앞으로도 불가피할 것이다.

 

이번 여행에선 패키지 투어의 증가도 확연히 느껴졌다. 특히 세계 어딜 가더라도 이젠 피할 방법이 없는 중국 그룹이 제법 눈에 띠었다. 중국 여행 업체 Ctrip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국에선 최근 ‘스모그 피난’, ‘폐 세척’과 같은 키워드들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청정 지역으로의 여행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아이슬란드인 셈이다.

 

지금껏 비밀처럼 간직했던 땅 아이슬란드. “때 묻지 않은 대자연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라는 걱정으로 조금은 마음이 무거운 여행이기도 했다. [최유라]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