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9. 11. 18. 06:00

 

지난 8월 발틱 3국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발틱 3국은 발트해 동쪽에 있는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3개 국가를 일컫는다. 처음 이곳 출장을 배분받았을 때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이름마저도 어려운 발틱 3국은 다른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에게도 생소한 나라들이었기 때문이다.

 

지인들에게 출장으로 발틱 3국을 간다고 하니 “거기가 어디냐”는 게 대부분의 반응이었다. 손님들이 이 3개의 나라들을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인솔자로서 내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지 걱정이 앞섰다.

 

발틱 3국은 러시아, 독일 등 강대국들이 인접한 지정학적 이유로 외세의 간섭에 많이 시달린 지역이다. 그래서일까. 9일 간의 여행기간 동안 방문한 발틱 3국의 입장지 중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소들은 발틱 3국의 비폭력 저항의 역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들이었다.

 

리투아니아의 빌니우스에서 방문했던 게디미나스 성은 ‘발틱 웨이’의 시발점이었다. 소련으로부터 주권을 잃은 지 50주년이 되는 해였던 1989년 8월 23일 저녁 7시, 발틱 3국의 국민 200여만 명이 손을 맞잡고 650km의 인간 사슬을 만들어 각자의 언어로 자유를 외쳤다. 발틱 웨이의 시발점을 표시한 비석에서 사진을 찍으며 거대한 역사의 현장에 서있다는 감회가 남다르게 느껴졌다.

 

 

 

에스토니아의 탈린에서는 공산주의 희생자 기념비를 방문했다. 이곳은 소련에 희생된 에스토니아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 만든 곳이다. 양쪽으로 세워진 높은 검은색 벽에 빽빽하게 새겨진 22,000여명의 희생자들의 이름은 우리 일행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에스토니아 탈린의 노래광장은 약 30만 명의 시민들이 집결해 소련의 통치에 반대하며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의 일환으로 광장에 모여 노래를 불렀던 곳이다. 지금까지도 5년에 한 번씩 이곳 노래광장에서 송페스티벌을 개최하며 그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은 텅 비어있는 넓은 노래광장을 가득 채울 만큼 많은 사람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며 자유를 갈망했던 그 장면을 상상하니 조금은 울컥한 감정이 들었다.

 

나는 이제 발틱 3국을 생소해 하는 사람들에게 평화와 자유를 사랑하는 나라, 그리고 비폭력으로 독립을 이루어 낸 작지만 강한 나라로 당당히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발트해의 진주라 불리는 이 나라들의 매력을 알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소연]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