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20. 1. 20. 06:13

 

좋은 여행을 위한 여러 조건 중 ‘좋은 날씨’를 손꼽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좋은 날씨의 기준을 어디에 놓아야 할까. 쾌청한 하늘과 시원한 바람? 뜨거운 햇살 혹은 선선한 온도를 선물하는 비구름? 아니면 운치 있게 휘날리는 하얀 눈송이? 얼마 전 독일 남부로 떠났던 여행에서는 이 모든 날씨를 만날 수 있었다.

 

시작은 하이델베르크의 가을날이었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네카강 북쪽 언덕에 위치한 철학자의 길을 오르는 우리 일행의 머리 위로 넓은 가을 하늘이 파랗게 펼쳐졌다. 마지막 열매를 영글게 하려는 듯 쏟아지는 가을 햇살이 우리의 얼굴까지 빨갛게 익게 만들었지만, 이내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 땀을 식힐 수 있었다.

 

 

 

계절은 우리의 일정보다 빠르게 흘러갔고, 독일의 최고봉인 추크슈피체에서는 때 이른 겨울을 만났다. 알프스 산맥에 자리한 추크슈피체의 차가운 공기는 산 아래에서 내리고 있던 가을비를 순식간에 얼려 눈꽃으로 만들었다. 올해의 첫 눈이었다. 축복처럼 쏟아지는 하얀 눈 아래에 우뚝 서있는 작은 예배당의 모습이 더욱 경건하게 느껴졌다.

 

뮌헨에 도착하자 겨울은 어느새 사라지고 봄처럼 온화한 날씨가 우리를 반겼다. 한때 막강했던 바이에른 왕국의 영광보다 밝은 봄볕이 따사로웠다. 뮌헨 레지던츠 안까지 길게 늘어져 들어오는 태양은 그날 저녁 늦게까지 도시를 자유로이 둘러보던 우리 일행의 귀갓길을 밝혔다.

 

여행의 끝이 다가올 무렵엔 여름과도 마주했다. 알프스가 내뿜는 찬 기운이 로만티크 가도의 시작점인 뷔르츠부르크까지는 미처 손을 뻗지 못한 듯 했다. 알테마인교를 건너 언덕 위의 마리엔베르크 요새로 올라가는 길에는 더운 햇살의 공격을 받아 하나 둘 셔츠와 바람막이를 벗어야 했다. 요새 위에서 내려다본 마인강변의 짙은 녹음과 포도밭에는 아직도 여름이 무성했다.

 

우리는 열흘간의 짧은 여행 기간 동안 독일의 사계를 모두 만났다. 변화무쌍한 날씨 속에서도 손님 모두가 긍정적으로 그만의 분위기와 매력을 찾아나갔던 이번 여행이 긴 여운으로 남을 것 같다. [박초롱]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