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9. 11. 25. 06:00

 

얼마 전 회식 자리에서 동료들끼리 그 동안 출장 다니며 어느 상품이 좋았는지를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다. 인솔자의 성향에 따라 개인차는 있었다. 하지만 공통된 의견은 여행을 즐길 줄 아는 유쾌한 손님들과 함께한 여행이라면 여행지가 어딘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봤던 곳 중 다시 가도 언제나 좋을 곳을 한 군데만 뽑아보자 해서 내가 고른 상품은 ‘미얀마 9일’이었다.

 

따로 홍보를 하지 않아도 유난히 모객이 잘 되는 상품이 있는 반면, 미얀마 9일은 그간 이미 많은 분들이 다녀와서인지 근 몇 년 동안은 일 년에 한 두 차례 겨우 출발하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여행지다.

 

 

 

4년 전 겨울, 입사 후 주로 유럽으로만 출장을 가다가 처음으로 아시아 상품인 미얀마 인솔길에 올랐다. 아시아권으로의 개인 여행은 대부분 일본이나 동남아의 휴양지였기에 선배들이 교육해주며 보여준 현지 사진엔 기대보단 걱정이 먼저 들었다. 사진 속 미얀마는 깔끔함과 세련됨과는 다소 거리가 먼, 반세기 전의 우리나라가 이랬을까 싶은 어딘가 촌스럽고 투박한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밤늦게 미얀마의 수도 양곤에 도착한 다음날, 졸린 눈을 비비며 새벽 비행기를 타고 바간에 도착했다. 흙먼지 날리는 시골 들판에 불쑥불쑥 솟은 수많은 사원과 탑들은 불교 신자가 아니어도 충분히 흥미로웠고,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왠지 모르게 정이 갔다. 석양 무렵, 핑크빛 하늘을 배경으로 고고히 서 있던 불탑들의 이미지는 그 동안 어느 여행지에서도 볼 수 없었던 특별한 풍경으로 내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다음 도시인 만달레이에서는 아침 공양을 위해 총총히 줄서서 걸어가던 동자승들과 티크 목으로 만든 운치 있는 우베인 다리를 볼 수 있었다. 어린 마부가 몰던 마차를 타고 둘러보았던 잉와의 소박한 경치와 배를 타야만 갈 수 있던 민군 유적지 역시 잔잔한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제일 행복했던 헤호에서의 1박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4인용 작은 배를 타고 다녔던 인레 호수의 고요한 수면은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호수 위에 떠있던 파웅도우 사원과 버려진 석탑이 스산한 느낌을 주었던 인뗑 사원도 인상적이었고, 수상 마을에서 나름대로의 삶을 영위하고 있는 소수민족들과의 만남도 너무나 새로운 경험이었다. 방갈로에서 바라본 밤하늘의 별들은 말해 무엇 하겠는가!

 

다시 양곤으로 돌아와 황금과 다이아몬드가 번쩍이던 쉐다곤 파고다를 마지막으로 미얀마 여행은 끝이 났고, 나는 한동안 만나는 지인들마다 미얀마를 꼭 가보라고 홍보에 열을 올렸었다. 신비로운 불교 유적지와 그 속에 살고 있는 순박한 사람들, 종교와 가난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마주한 미얀마는 다녀온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손에 꼽히는 사랑스러운 여행지이다. [임윤진]

Posted by 테마세이